티스토리 뷰

 

 

 

광장의 벤치 위에

한 사람이 앉아
사람들이 지나가면 부른다
그는 코안경에 낡은 회색 옷을 걸치고
여송연을 피우며 앉아

사람들이 지나가면 부른다

그를 보면 안 된다
그의 말을 들어서도 안된다
그가 보이지 않는 양

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양
발길을 재촉해 지나쳐야 한다
그가 보이거든
그의 말이 들리거든
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
그를 보든가

그의 말을 들으면

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없다
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
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는다
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
당신도 그처럼 웃게 되고
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
지독히도 고통스러울수록

당신은 더욱 웃는다
하는 수 없이

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
미소 지으며
꼼짝 못 하고 앉는다
아이들은 옆에서 뛰놀고
행인들은 조용히 지나가고
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
당신은 그곳 벤치 위에
가만히 앉아 있다
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
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
뛰어놀 수 없음을
이제 다시는 조용히
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
당신은 안다
이 새들처럼
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
날아갈 수 없다는 것을
당신은 안다

...

 

자끄 프레베르

댓글
댓글쓰기 폼
최근에 달린 댓글
Total
37,325
Today
336
Yesterday
575
링크
«   2020/04   »
      1 2 3 4
5 6 7 8 9 10 11
12 13 14 15 16 17 18
19 20 21 22 23 24 25
26 27 28 29 30    
글 보관함